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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라도 '과잉'은 문제다

입력
2023.06.05 17:00
수정
2023.06.05 17:46
22면
0 0
장인철
장인철수석논설위원

농성 노조간부 경찰 유혈제압 반감 커
기획사정·압색·강경진압 등 잇단 ‘과잉’
법치 절실해도 공감 못 얻으면 도루묵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서 높이 7m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가 체포에 나선 경찰관에게 막대를 휘두르며 저항하고 있다. 경찰은 앞선 29일 밤부터 도로를 막고 망루를 설치해 불법집회를 벌인 혐의로 금속노련 간부들을 체포하고 정글도와 석유통, 쇠막대기 등을 압수한 데 이어, 고공농성자에 대한 검거작전을 감행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경찰이 전남 광양제철소 앞 6차선 도로 위 7m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진압하는 영상을 보며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상급노조 간부로서 포스코 하청노동자들의 임금교섭과 노조활동 보장을 위해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찰은 차량 흐름을 방해하는 불법 점거인 데다 추락위험이 있어 진압을 강행했다고 한다.

우선 든 생각은 김 처장의 ‘위험한 저항’에 관한 것이었다. 망루 위 자신의 양쪽으로 2대의 스카이크레인 작업대에 나누어 탄 경찰들이 다가오자 그는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지하려고 했다. ‘어? 저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집행에 대한 과격한 저항은 경찰의 더 거센 대응을 부르기 십상이다. 우범자 무기 소지가 빈번한 미국이라면 총기 발사까지 유발될 수도 있다.

두 번째 생각은 경찰이 김 처장을 강경 진압하는 모습을 보며 들었다. 저항은 격했지만 설마 우리 경찰이 미국 경찰처럼 행동하지는 않겠지 했다. 하지만 경찰은 크레인 작업대를 패널에 붙이자마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경찰봉으로 김 처장을 마구 가격하기 시작했고, 결국 머리를 맞은 그는 피를 흘리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경찰은 “시위자가 정글도와 쇠막대기를 휘둘렀다”며 “불가피하게 경찰봉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저항이 격렬해 상응한 대응에 나섰다는 얘기다. 하지만 오늘 이 나라는 총격전이 빈번한 미국도 아니고, 1980년대 군부정권의 나라도 아니다. 때문에 경찰의 시위자 ‘폭행’ 모습은 생경했고,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찰권 발동과 관련해 ‘경찰비례의 원칙’과 ‘보충성의 원칙’이 있다. 경찰권 발동은 사회질서 유지에 ‘참을 수 없는 위해’ 등을 제거하기 위한 최소한에 국한돼야 한다는 게 비례의 원칙이다. 보충성 원칙은 무기 사용 외엔 다른 수단이 없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 무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농성과 저항이 당장 ‘참을 수 없는 위해’이거나 ‘무기 사용 외 다른 수단이 없었던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좀 더 설득하고, 안 되면 포획그물 같은 걸 쓰는 방안은 왜 강구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큰 것이다.

‘삼국지’의 제갈공명은 등용되자 법을 엄하고 촘촘하게 짰다. 유비가 한고조 유방의 ‘약법삼장(約法三章)’을 거론하며 법이 너무 엄하지 않냐고 우려한다. 진나라 말 봉기한 유방이 매우 간명한 법만을 시행함으로써 민심을 얻은 일을 환기한 것이다. 그러자 공명은 “그땐 진나라 법이 너무 엄혹해 순화할 필요가 있었고, 지금은 세상이 어지러워 되레 엄한 법이 필요하다”고 간언했다.

‘법치’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판단도 비슷하리라고 본다. 지난 정부 때 ‘내로남불’식 편의적 정의를 내세우며 국가시스템을 이완시키고 사회기강을 해이하게 한 해악이 심각하기에 한번 추스르고 가야 할 필요가 크다고 봤을 법하다. 하지만 법치가 아무리 절실해도 국민의 반감을 사면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 그리고 반감을 자극하는 건 대개 개혁 자체보다는 권력의 오만과 부패, 권위주의, 국민을 업신여기는 거짓말, 강압적 행태 등이다.

이번 경찰과잉을 법치 회복 과정의 ‘부수적 피해’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국가폭력은 강권통치에 대한 국민의 잠재적 저항의식을 예민하게 자극하는 가장 나쁜 강압적 행태 중 하나다. 안 그래도 사회 각 부문에 걸친 사정을 보는 여론이 복잡하고, 언론사 압수수색이나 무리한 시위 규제론도 선을 넘은 ‘강경과잉’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법치 회복 좋지만, 국민공감을 위한 정교한 접근과 인내가 절실하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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