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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실리 외교'

입력
2023.10.3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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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AP 연합뉴스

올해 주요 7개국(G7)의 의장국은 일본이다. 그런데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에 대해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6개국만이 공동성명을 발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는 하마스 기습 공격 직후인 10월 9일(현지시간)에 1차 공동성명을, 22일에도 2차 성명을 발표했다. 2차 공동성명에 캐나다는 합류했지만, 일본은 끝내 참여하지 않았다.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규탄하고 이스라엘 자위권을 지지하면서도, 이스라엘에 국제 인도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 두 번째 성명의 요지다.

일본의 불참 배경에 대해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나머지 국가들은 하마스 기습 당시 납치된 인질들이 있는 국가라며 일본과 상황이 다르다는 답변을 했다. 중동 문제에 관해서는 각국이 입장을 밝히는 방식이 매우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카이로 평화회의에서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외무장관이 하마스 테러 공격을 비판했기 때문에 일본의 원론적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두고 '중동 문제 = 에너지 문제'이기 때문에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일본이 이란을 비롯한 다른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도 유념하지 않을 수 없어 독자 노선으로 이른바 '균형 외교'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본의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일본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교도통신 기자 출신이자 한국에서는 강성 극우 인사로 비판받는 자민당의 아오야마 시게하루(青山繁晴) 참의원 의원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기시다 정부가 G7 공동성명에 참가하지 않은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경제적 잇속만을 챙기고 상식 수준에서조차 할 말을 하는 데 함께하지 않으면 결국 일본의 국익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될 때, 혹은 납북 피해자 문제에 대해서 일본이 국제사회에 말할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팔 문제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갈등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문제 중 하나다. 중동 지역도 자원과 종교, 제국주의 침탈의 상흔과 탈식민 과정의 고통이 응축됐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나 외교적으로 힘든 지역일 수밖에 없다. 극우 정치인이 원칙과 국가적 존엄성을 논하는 것에 우리로선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분단국가이면서 무역대국인 한국 역시 실리와 원칙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옆 나라 일본의 정치권을 통해서도 보게 된다.


임은정 국립공주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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