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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이 빠지는 병’ 쑥스럽다고 숨기는 게 능사 아니다

입력
2023.11.26 18: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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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골반장기탈출증, 성인 여성 30%가 노출

골반장기탈출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3년 2만2,699명에서 지난해 2만7,381명으로 21% 증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자궁이 밑으로 빠져나와 이를 누르면서 대·소변을 봐야 하는 90세 환자가 자식들 손에 이끌려 진료실을 찾아오는 안타까운 일도 있어요. 쑥스럽다고 숨기는 게 능사가 아니에요.”(유은희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자궁·방광·직장 등이 질(膣)을 통해 밑으로 처지거나 빠져나오는 것을 ‘골반장기탈출증(자궁탈출증)’이라고 한다. 흔히 ‘밑이 빠지는 병’으로 불린다.

직장이 빠져나오면 ‘직장류’라고 하고, 자궁이 빠져나오면 ‘자궁탈출증’, 방광이 빠져나오면 ‘방광류’라고 부른다. 단독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복합적으로 생기기도 한다.

골반장기탈출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3년 2만2,699명에서 지난해 2만7,381명으로 21% 증가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성인 여성의 골반장기탈출증 유병률은 31.7%나 된다.

임신·출산·비만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골반을 지지하는 근육이 느슨해진 탓이다. 이로 인해 요실금·자궁탈출증·변실금·골반통 등이 발생한다.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출산할 때 골반 구조물을 지지하는 골반 인대·근막·근육 등이 손상될 수 있다”며 “난산이나 거대아 출산, 여러 번 출산을 했다면 골반장기탈출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질 점막이 빠져나오면 건조해지면서 성관계 시 통증이 생길 수 있고, 골반 근육이 이완되면서 성적 만족감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성관계 시 요실금이 생겨 수치심으로 이를 피하는 여성도 있다.

치료는 장기가 질 입구로 얼마 정도 빠져나와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골반 근육 강화 운동으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2기 이상 진행됐다면 장기가 질 밖으로 반복적으로 빠져나오고 염증이 생기므로 수술해야 한다. 골반장기탈출증은 폐경 후 증상이 심해지기에 나이가 들수록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늘어나는데 70대가 가장 많이 수술한다.

80세가 넘으면 체력이 약해 수술 후유증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수술보다 ‘패서리’라는 실리콘 링을 질 안에 넣어 고정하는 시술을 시행한다. 그러나 패서리는 소독하기 불편해 염증을 일으킬 때가 많아 건강에 문제없는 고령 여성은 수술이 낫다.

예전에는 개복 수술이나 질식 수술, 복강경을 활용한 수술을 많이 시행했다. 하지만 수술에 4~5시간 걸려 체력이 약하고 고령의 만성질환자에게는 부담스럽다.

최근 로봇 수술기를 이용해 구멍 하나만 내고 시행하는 최소 침습 수술이 가능해졌다. 수술 시간이 3시간 정도로 단축됐으며 3㎝ 정도만 절개해 흉터가 작아 수술 후 통증도 줄고 회복도 빨라졌다. 며칠만 입원해도 근력이 떨어지는 고령 환자가 대부분인데 이런 점에서 안정적이다.

특히 로봇 수술기를 이용하면 정교한 수술이 가능해 조직 손상이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어 고난도 수술에 많이 활용된다. 기존 수술보다 회복이 빠르고 재발률도 아주 적다.

골반장기탈출증은 힘든 출산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복압을 높이는 만성 변비나 기침, 복부 비만, 반복적으로 무거운 짐을 드는 것 등도 악화 요인이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려면 적정 체중 유지·배변 활동·생활 습관 개선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 평소 소변을 끊는 느낌으로 요도괄약근 주위를 조이는 것을 반복하는 케겔 운동으로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유은희 교수는 “수치심으로 병원 오는 걸 피할 게 아니라 고칠 수 있는 병으로 인식해 의심 증상이 있으면 조속히 진료를 받는 게 좋다”며 “50대가 상대적으로 젊다고 해서 골반장기탈출증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골반장기탈출증 체크 리스트>

-밑이 묵직하고 빠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배뇨·배변이 곤란하고 개운치 않다.

-웃거나 재채기하면 소변이 샐 때가 있다.

-아래 골반이나 허리에 통증이 있다.

-출산 후 성관계 시 통증이 느껴진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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