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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반려견 훈련' 펫에듀테크 세운 박상희 브리딩 대표

입력
2024.02.07 05:00
수정
2024.02.07 07: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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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1,000만 명을 넘어섰다. KB경영연구소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반려동물 인구는 1,262만 명이다. 가구 수로 552만 가구여서 전체 가구의 25.7%, 네 집 중 한 집이 반려동물을 키운다.

반려동물이 늘어나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 갈등도 늘어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박상희(31) 대표는 브리딩이라는 반려견 교육(펫에듀테크) 전문 신생기업(스타트업)을 2022년 창업했다. 박 대표는 교육을 통한 평화로운 반려문화, 즉 반려견 갈등이 없는 사회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독특한 방법을 반려견 훈련에 도입했다. 데이터를 이용해 반려견과 반려인의 특성을 감안한 맞춤 교육이다. 그것도 훈련소가 아닌 반려인을 찾아가 훈련한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박 대표를 만나 데이터를 이용한 펫에듀테크에 대해 알아봤다.

박상희 브리딩 대표가 반려견을 위한 마사지 훈련 등에 사용하는 도구를 들고 훈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박상희 브리딩 대표가 반려견을 위한 마사지 훈련 등에 사용하는 도구를 들고 훈련 시범을 보이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데이터로 훈련법 개발

브리딩이 일반 반려견 훈련소와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데이터를 이용해 반려견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반려인의 집으로 찾아가 제공하는 것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단 보고서를 만들어 반려견 훈련법을 제시하죠. 훈련법도 1 대 1 방문, 인터넷 화상, 주문형 비디오(VOD) 훈련 등 다양해요."

이를 위해 생활 환경, 배변 패드의 위치, 반려인 가족들의 습관, 강아지의 문제 행동 등을 직접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다. "3만 건 이상의 반려견 행동학 관련 데이터가 쌓여 있어요. 이를 기반으로 훈련법을 개발했죠."

브리딩에서는 훈련사가 반려인 거주지로 찾아가기 때문에 '우리 동네 훈련사'라고 부른다. "기존 훈련소는 모두 시 외곽에 있어 이동이 힘들어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훈련사가 보호자의 집이나 동네 공원 등으로 찾아가 훈련하죠."

방문 훈련은 반려견의 행동 개선이 더 쉽다는 장점이 있다. "훈련 장소가 달라지면 반려견의 행동도 달라져요. 따라서 반려견이 생활하는 곳에서 훈련하는 것이 중요해요. 또 가족 훈련도 중요하죠. 가족 구성원 중 일부가 다른 행동을 하면 반려견이 혼란을 느껴요."

이 같은 장점 때문에 3만 명이 브리딩 서비스를 이용한다. "매달 300명 이상이 훈련을 의뢰해요.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가운데 반려견 인구가 70%를 차지해요. 그만큼 시장은 풍부해요."

훈련사가 거주지로 방문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훈련 신청을 하면 최대 68개 문항에 이르는 질문을 통해 사전 환경 조사를 한다. "견종, 나이, 몸무게와 문제 행동 등을 조사해요. 반려견 문제로 찾아오는 사람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에 질문이 많아도 포기하지 않아요."

질문 내용을 토대로 반려견 행동과 문제를 분석해 여기 맞는 훈련사를 배정한다. "훈련사도 세분화돼 있어서 보호자와 반려견 성향에 맞는 훈련사를 배치해요. 다그치는 훈련을 싫어하면 긍정 훈련을 잘하는 훈련사를 배정하죠. 반면 여러 훈련을 거쳤는데 잘 되지 않아 힘든 사람들은 엄한 훈련사를 원해요."

배정된 훈련사는 신청자와 인터넷 영상이나 전화로 사전 상담을 한다. "10~60분에 걸쳐 질문지에서 확인하지 못한 문제들을 파악하죠. 특히 영상 통화를 하면 집 안 환경이나 강아지의 문제 행동을 볼 수 있어요."

반려인의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반려견은 같이 생활하는 사람의 성향을 많이 흡수해요. 기르는 사람이 쉽게 흥분하면 개도 흥분을 잘 하죠. 어떤 훈련사들은 이런 것들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훈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면 효과가 떨어지죠."

환경 조사가 끝나면 반려인이 1 대 1이나 그룹 훈련 가운데 원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집으로 찾아가는 1 대 1 수업은 신청자와 훈련사가 수업 날짜를 정한다. 동네 공원 등에서 여럿이 함께 받는 그룹 수업은 정해진 시간에 신청자들이 모인다.

1 대 1 훈련은 반려견의 문제 행동이 심각할수록 선호하는데 비용이 그룹 훈련보다 비싸다. 회당 비용은 1 대 1 훈련 19만 원, 그룹 훈련 5만 원이다. "그룹 훈련을 원해도 공격성 때문에 다른 개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으면 1 대 1 훈련을 추천해요."

브리딩 훈련사가 반려인의 동네로 찾아가 반려견과 함께 산책 훈련을 하고 있다. 브리딩 제공

브리딩 훈련사가 반려인의 동네로 찾아가 반려견과 함께 산책 훈련을 하고 있다. 브리딩 제공


반려인 교육도 중요

박 대표는 반려견 못지않게 반려인 교육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족 구성원마다 반려견을 부르는 목소리 높낮이가 다르면 개가 헷갈려요. 따라서 개를 부를 때 목소리 높낮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훈련이 필요해요. 또 너무 바빠 반려견과 제대로 산책하지 못해 파양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런 경우 출근 전 산책 등 개인 특성에 맞는 방법을 제안하죠."

문제 행동에 따라 7개 과정으로 구성된 훈련은 회당 2시간씩 최대 4회까지 실시한다. "짖음, 공격성, 분리불안, 배변, 산책, 노견 관리 등 7개 과정으로 구성돼 있어요. 평균 2, 3회 훈련을 권장해요."

훈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훈련사들이 숙제를 내주고 확인한다. "반려인의 태도와 마음가짐이 아주 중요해요. 반려인의 성실한 과제 수행 정도에 따라 훈련 효과가 달라지죠.”

브리딩이 보유한 훈련사는 35명이다. "수석 훈련사는 정직원이고 나머지 훈련사들은 계약을 맺었죠. 훈련사 관리를 위해 정기적으로 교육하고 3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어요. 훈련에 늦거나 보호자가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면 경고를 하고 3개 이상 경고가 쌓이면 훈련에서 제외해요."

훈련사는 민간자격증 소지자 가운데 지원을 받아 뽑는다. 선발 과정이 까다로워 탈락률이 20%다. "훈련사는 아직까지 국내외 모두 국가자격증이 없어요. 민간자격증이 제각각이어서 선발을 까다롭게 하죠. 자격증 가진 지원자 중 면접과 실기를 거쳐 선발해요. 선발되면 기존 훈련소와 다른 훈련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3회 이상 훈련과정을 참관하도록 하죠."

브리딩의 훈련사가 되면 좋은 점은 안정적 수익과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국내 훈련사들은 돈벌이가 쉽지 않아요. 반려견 학과도 4년제 대학 1곳과 전문대 몇 군데뿐이죠. 훈련사는 현장 경험이 중요한데 일할 수 있는 곳이 적어 경험을 쌓기 힘들어요."

비반려인과 갈등 없는 공존이 목표

박 대표가 반려견 훈련을 하는 궁극적 이유는 올바른 반려동물 예절(펫에티켓)의 확산이다. 펫에티켓이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비반려인이 조화롭게 지낼 수 있는 규범이다.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에 대한 배려죠. 반려인이 계속 늘면서 비반려인과 갈등도 커져요. 이를 해결하려면 반려인들이 비반려인들의 불편함을 이해해야죠."

이를 위해 그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손잡고 각종 펫에티켓 세미나와 교육 등을 실시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반려동물 예산을 지자체에 배정해요. 이를 활용해 지자체들과 세미나, 교육 등을 하죠. 이 또한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해요."

이런 자리에서 그는 비반려인들 교육도 많이 한다. "개와 관련 있는 서비스 종사자, 공무원들에게 반려인 민원 처리 대응법 등을 알려주죠."

이미 효과에 대한 소문이 퍼져 여러 지자체에서 각종 행사 의뢰를 한다. "개인 훈련은 반려인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만 지자체 행사는 반려문화를 바꿀 수 있어요. 그만큼 파급력이 커서 펫에티켓 확산에 효과적이죠."

박상희 브리딩 대표는 "올바른 반려문화를 위해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브리딩을 설립한 그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비반려인을 배려하는 반려인의 펫에티켓과 비반려인들을 위한 교육 등도 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박상희 브리딩 대표는 "올바른 반려문화를 위해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브리딩을 설립한 그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비반려인을 배려하는 반려인의 펫에티켓과 비반려인들을 위한 교육 등도 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네이버와 넥슨 출신 창업가..."유행견 현상 사라져야"

박 대표는 어려서부터 유학을 가고 싶었다. "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가 미국에서 대학을 나오셨어요. 그래서 중학생 때부터 유학 보내 달라고 졸랐죠. 하지만 부모님은 성장기를 국내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 대학 때 미국 유학을 갔어요."

홍보의 신이 되고 싶어 뉴욕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그는 공모전에서 우승하며 네이버 직원이 됐다. "대학 때 활동한 홍보동아리에서 네이버 밴드 공모전에 지원했다가 1등을 했어요. 덕분에 국내 네이버 홍보팀에서 인턴을 했는데 홍보팀장 제의로 미국 네이버 글로벌마케팅팀 직원이 됐죠."

네이버에서 2년간 일한 그는 미국 생활에 지쳐 국내 넥슨 자회사 와이즈키즈로 옮겼다. 와이즈키즈는 신사업 발굴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는 곳이다. "네이버와 넥슨에서 모두 5년 동안 일하며 특이하고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어요."

창업은 미국 유학 시절 겪은 문화적 충격에서 비롯됐다. "미국에서 개를 산책시키는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개를 만져도 되냐고 묻는 사람들을 보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어요. 무턱대고 만지지 않는 비반려인들의 신중한 태도가 인상적이었죠. 그래서 반려견 문화에 대한 교육 사업을 구상했어요."

앞으로 그는 반려견 훈련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할 계획이다. "반려견 진단에 적용할 수 있는 AI를 개발 중입니다. 이를 가지고 해외에도 진출할 생각입니다. 여기 필요한 투자도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더벤처스 등에서 받았어요."

매출은 아직 수억 원대로 크지 않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5배 올랐어요. 올해 목표는 월 5,0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것입니다. 직원 6명의 단출한 회사여서 다행히 금방 손익분기점을 넘었어요."

끝으로 박 대표는 유행견 현상 등을 올바른 반려문화의 걸림돌로 우려했다. "반려견을 장식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진 찍기 좋은 견종을 선호하면서 유행견 현상이 나타나요. 유행견이 바뀌면 유기견이 늘어나요. 최근 유기견 보호소에 비숑이 많이 보여요. 따라서 개를 입양하기 전 보호자가 교육을 받아 책임감을 갖고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 중요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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