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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할 때마다 기분이 안 좋아"… 해외에서 더 유명한 감정관리 앱

입력
2024.06.12 05:00
수정
2024.06.12 09: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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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현 블루시그넘 대표
전 세계 180개국에서 사용하는 AI 감정관리 앱
세계인이 우울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회사가 목표

3억 명.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전 세계 우울증 환자다. 국내 우울증 환자도 올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 자료를 보면 2018년 75만 명에서 매년 증가해 2022년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의사들에 따르면 우울증의 특징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오래 지속된다. 그렇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기 어렵고 외부 신체 증상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이 점에 주목한 윤정현(27) 대표는 2020년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독특한 신생기업(스타트업) 블루시그넘을 창업했다. 이 업체의 목표는 명확하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우울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놓은 것이 감정을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 '하루콩'과 '무디'다.

과연 앱이 우울증 개선에 효과가 있을까.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4월 FDA는 일본 오츠카제약과 미국 클릭테라퓨틱스가 공동 개발한 앱 '리조인'을 우울증 치료용 보조수단인 디지털 치료제로 최초 승인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하반기부터 의사 처방이 있으면 약물 치료 효과가 없는 우울증 환자에게 앱을 보조 치료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해외에서 '데일리 빈'으로 알려진 하루콩은 회원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90%가 전 세계 180개국에서 접속하는 해외 이용자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윤 대표를 만나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앱의 비결을 들어 봤다.

윤정현 블루시그넘 대표가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감정을 관리할 수 있는 앱 '하루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윤정현 블루시그넘 대표가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감정을 관리할 수 있는 앱 '하루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매일 감정 기록해 심리적 위기 극복 돕는 앱

2021년 출시된 하루콩은 매일의 감정을 기록하는 일기장 같은 앱이다. 마치 여학생들이 즐기는 '다이어리 꾸미기'처럼 그날의 기분 상태를 한 개의 아이콘을 선택해 달력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웃는 표정부터 우는 표정까지 5단계로 구분된 기분을 표현한 얼굴 표정을 고르고 이어서 '행복한' '두려운' '짜증나는' 등 형용사로 표시된 수백 종 아이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감정 상태를 표시해요."

이처럼 아이콘으로 손쉽게 표현하는 방식이 언어 장벽을 넘어 전 세계 이용자들을 끌어들인 비결이다. "너무 많은 단계를 제공하면 이용자들이 피곤해요. 놀이처럼 아이콘을 이용하면 글쓰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죠."

하루콩은 기록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용자 기록을 토대로 월간 및 연간으로 분석 보고서를 제공한다. "이용자들의 기분 상태가 점수로 환산돼 기록돼요. 통계학적 평균을 얻기 위해서죠. 이를 통해 분석 보고서를 만들어 이용자들이 스스로 감정과 기분의 변화 상태를 알 수 있도록 도와줘요. 각자 어떤 일을 할 때 기분이 좋고 나쁜지를 알게 되죠."

우울증은 종이에 스며드는 물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찾아온다. 사람들은 감정이나 기분을 외부에 말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기 위한 보고서가 중요하다. "정신의학과 통계를 보면 우울감이 찾아오고 나서 병원을 찾기까지 7년이 걸리기도 해요. 그만큼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 상태를 모를 수 있는데 앱을 쓰면서 우울한 상태를 발견하기도 하죠."

그래서 하루콩의 지향점은 감정의 위기를 겪을 때 친구가 되는 앱이다. "의사나 상담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병행하는 앱이죠. 문제는 감정적 위기가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에 이들을 만나기 힘들어요. 이때 스스로 다독이고 추스를 수 있게 돕는 것이 목적이죠."

매출 45%를 미국이 차지

실제로 하루콩 덕분에 새로운 취미를 발견하거나 연인과 헤어지는 등 삶의 변화가 일어난 사례들이 있다. "이용자 후기를 보면 운동한 날 하루콩 기록이 좋았던 것을 발견하고 뒤늦게 운동을 취미로 가진 사례가 있어요. 또 데이트할 때마다 좋지 않은 기분을 하루콩에 기록하면서 연인과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경우도 있죠. 그만큼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용료는 기본 앱은 무료, 일부 콘텐츠는 유료다. 연 1만8,000원, 미국에서 49.9달러를 받는 유료 서비스는 심층 분석이 추가된다.

유료 서비스와 함께 주제별 아이콘 판매가 주 수익원이다.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월 1개씩 소풍이나 동물 등 특정 주제로 아이콘을 만들어 판매해요. 이렇게 만든 특별 아이콘은 1종당 3,000~5,000원에 팔죠. 다이어리 꾸미기와 비슷해요."

간편한 기록 방식과 질리지 않는 다양한 아이콘 덕분에 하루콩의 누적 내려받기 횟수는 600만 건을 넘어섰다. "회원은 100만 명, 월간 이용자는 50만 명이죠. 우리말, 영어, 중국어, 일어, 불어 등 9개 언어로 제공돼 이용자의 90%가 해외에서 접속해요. 특히 미국이 매출의 45%를 차지할 만큼 이용자가 많아요."

블루시그넘이 개발한 감정관리 앱 '하루콩' 이용화면. 달력에 매일 감정상태를 간단한 아이콘으로 기록해 감정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블루시그넘 제공

블루시그넘이 개발한 감정관리 앱 '하루콩' 이용화면. 달력에 매일 감정상태를 간단한 아이콘으로 기록해 감정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블루시그넘 제공


AI가 정신건강 관리 도와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윤 대표는 지난해 3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정신건강 관리 앱 '무디'를 새로 선보였다. "이용자가 기분 상태에 따라 5단계 표정으로 표시되는 아이콘과 '가족' '우울한' 등 세부 감정을 표현한 단어를 선택해요. 이후 AI가 이를 토대로 3장의 과제 카드를 제시하죠. 이 가운데 하나를 고르면 여기 맞춰 이야기가 진행돼요. 마치 쌍방향 소설 같죠."

1,500장에 이르는 과제 카드는 정신의학 전공의들의 도움을 받아 제작됐다. "실제 치료법에 근거해서 과제를 수행하다 보면 기분 상태가 달라지도록 카드를 만들었어요."

윤 대표는 이를 통해 우울증이 완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울증 완화 효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 연구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하면서 삼성서울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대 임상심리학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임상 시험을 준비 중이에요."

임상 시험으로 효과가 확인되면 미국의 리조인처럼 디지털 치료제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우울증 개선 효과를 확인해 디지털 치료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에요."

무디에 들어간 AI는 직접 개발했다. "오픈AI에서 개발한 'GPT'를 토대로 AI를 개발했어요. AI가 학습한 데이터는 정신의학과 전문의들과 인터뷰를 하며 확보했죠. 이후 이용자들의 반응을 토대로 AI가 학습을 해요."

비용은 하루빈처럼 기본 앱은 무료이며 AI 캐릭터와 대화를 통해 기분을 개선할 수 있는 일부 심층 콘텐츠의 경우 이용료를 받는다. "연간 4만9,000원, 미국에서는 99달러를 받아요."

무디도 이용자의 80%가 해외에서 접속한다. "월간 이용자가 10만 명이에요. 우리말과 영어로 제공해 전 세계 80개국에서 이용하죠."

윤정현 블루시그넘 대표는 세계인이 우울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회사를 목표로 창업했다. 앞으로 그는 감정상태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인지왜곡 기능을 가진 서비스를 개발해 앱에 추가할 계획이다. 신용주 인턴기자

윤정현 블루시그넘 대표는 세계인이 우울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회사를 목표로 창업했다. 앞으로 그는 감정상태의 변화를 줄 수 있는 인지왜곡 기능을 가진 서비스를 개발해 앱에 추가할 계획이다. 신용주 인턴기자


"스타트업 대표도 정신건강 위험군" 인지왜곡 서비스 개발 예정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서 경영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한 윤 대표는 대학교 3학년 때 창업해 아직 졸업을 하지 못했다. "사업이 더 중요해 졸업을 계속 미루고 있어요. 졸업장이 큰 의미 없어 졸업을 포기할 수도 있어요."

원래 그는 용인외국어고를 다닐 때부터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 고교 시절 환경보호 상품을 팔기도 했어요. 지금 하는 일도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죠."

정신건강을 주제로 창업을 결심한 것은 대학의 과학축전에 출품하기 위해 반려로봇을 준비한 것이 계기였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반려로봇을 만들려고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사람들이 정신의학과나 심리상담사를 찾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그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죠. 그래서 반려로봇 대신 앱 개발로 방향을 바꿨어요."

하지만 사업은 녹록지 않았다. 인턴 생활 외 직장 경험이 없어 회계나 채용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실무를 잘 몰라 투자사들에서 회계 법인 소개 등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매출은 액수가 크지 않아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매출로 이 업체의 성장성을 가늠하기는 힘들다. "매출보다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이용자들이 평가하는 점수를 의미 있게 봐요. 이용자의 6%가 10점 만점을 주었는데 이를 늘리는 것이 목표죠. 만점이 늘면 이용자도 증가하겠죠. 아직은 매출로 회사의 성장성을 강조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요. 전 세계에서 우울증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아 시장은 넓어요."

투자는 한국투자파트너스, 매쉬업엔젤스, 스프링캠프, 의사들이 투자자로 참여한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등에서 21억 원을 받았다. 소수 정예 방침이어서 직원은 15명이다. "서비스에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아 당분간 대규모 채용 계획이 없어요.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 1조 원 매각 당시 직원이 13명이었죠. 학생 창업이어서 서울대 출신들이 많지만 채용 때 학력을 보지 않아요. 고졸 직원도 있어요."

무디의 애착 이용자이기도 한 윤 대표는 앞으로 인지왜곡을 다루는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겪는 스타트업 대표도 대표적 정신건강 위험군이에요. 그래서 무디를 사용하며 발전 방향을 많이 고민했고 인지왜곡 서비스를 준비 중이죠. 감정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인지왜곡을 겪어요. 약속에 늦은 친구에 대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면 기분 나쁘지만 덕분에 다른 일을 하게 됐다고 생각하면 즐거울 수 있죠. 이처럼 스스로 감정 상태를 전환할 수 있는 인지왜곡 서비스를 개발해 무디에 유료 기능으로 연내 제공할 계획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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