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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음주운전 사고

증거·압박에 김호중 '백기' 들었지만... 진짜 수사는 이제부터

증거는 넘쳐나고 여론도 돌아섰다. 심지어 범행까지 실토했다. 단, 처벌은 쉽지 않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33) 사건의 현주소를 진단하면 이렇다. 그의 자백으로 술을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는 음주 논란은 일단락된 상태. 유명 연예인의 범죄행위에 쏟아지는 국민적 관심을 감안해 경찰은 사건 관계자들의 출국을 전부 금지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사법처리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려면 '혈중알코올농도 0.03%'라는 수치를 충족해야 한다. 그것도 사고 당시여야 한다.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0일 김호중과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 거짓 자수를 한 매니저 A씨,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소속사 본부장 B씨 등 4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김호중 측이 전날 "음주운전을 했다"고 시인하면서 수사 강도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다. 당초 "술잔에 입만 댔을 뿐, 술은 마시지 않았다"던 김호중의 돌연한 태세 전환에 여러 추측이 나온다. 우선 ①속속 공개되는 '정황 증거'에 백기를 들었다는 해석이다. 거듭된 결백 주장에도 △400m 거리 대리운전 △음주운전 무마 관련 녹취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 △주변인 목격담 등 모든 증거가 음주운전을 가리키자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②그 사이 여론도 극도로 악화했다. 일반 대중은 물론 일부 팬들까지 명백한 증거에도 김호중이 줄곧 혐의를 부인하자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러다 자칫 연예계에서 퇴출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빠른 입장 선회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또 위증을 고수하다 형량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③'자백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입장에서 음주운전 여부를 두고 공방 끝난 건 다행이나, 앞으로가 더 난관이다. 공인에다, 음주운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국민적 눈높이에 걸맞은 결과물을 내놔야 하지만 혐의 입증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무엇보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는 사실 자체가 도적적 비난은 받을지언정, 단죄를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운전 시점에 '혈중알코올농도가 0.03%를 넘었다'는 증거가 뒷받침돼야 한다. 때문에 사고 직후 김호중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지 못한 경찰은 음주자의 신체, 술 종류, 음주량 등을 토대로 수치를 예측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할 계획이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어디서 얼마나 마셨고, 음주와 사고 시점 사이에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과관계를 입증할 것"이라며 위드마크 공식 적용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위드마크도 능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김호중과 비슷한 사례로 재판에 넘겨진 방송인 이창명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6년 사고 발생 9시간 만에 경찰서에 출석했는데, 음주 측정결과 음성이 나왔다. 그 때도 음주운전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위드마크 수치를 계산해 기소했으나, 1·2심은 물론 대법원까지 모두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확한 음주량 및 시간이 특정되지 않아 위드마크의 공신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심지어 김호중은 음주 측정을 받기까지 이씨보다 두 배나 많은 17시간이 걸렸다. 김호중처럼 음주운전을 시인하고도 무죄가 나온 사례 역시 있다. 2015년 이른바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에서 가해자는 도주 19일 만에 자수했다. 그가 경찰 조사에서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인정하자, 검찰은 위드마크 공식에 맞춰 가해자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0.162%로 추정해 기소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사법부는 이씨 판결 때와 비슷한 취지로 음주운전 혐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는 "위드마크만으로 음주운전이 인정된 사례는 드물다"며 "김호중 측도 법정에서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높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신 술의 총량이 중요한 게 아니라, 김호중이 얼마 동안 누구와 몇 잔을 마셨는지까지, 세밀하게 입증해야 법원을 설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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