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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잘못 났잖소!" 시진핑·트뤼도, 카메라 앞에서 불꽃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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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잘못 났잖소!" 시진핑·트뤼도, 카메라 앞에서 불꽃 설전

입력
2022.11.17 12:04
수정
2022.11.17 17: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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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대화 내용 언론 유출에 항의
짜증 누르는 듯한 미소 눈길
트뤼도 "캐나다는 공개 대화 지지" 응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발리=로이터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발리=로이터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장에서 정상들이 입씨름을 하는 이례적 장면이 연출됐다.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40초간 불꽃 설전을 주고 받은 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이다.

16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연회장. 시 주석과 트뤼도 총리는 마주보고 선 채로 날카로운 대화를 주고 받았다. 카메라 기자가 촬영하고 있다는 걸 두 정상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포문을 연 건 시 주석이다.

▶시 주석: "우리가 최근 나눈 대화가 신문에 모두 유출됐다. 그것은 적절하지 않다. 실제 우리의 대화는 (보도 내용과 달리)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신뢰가 있다면 서로 존중하는 태도로 더 나은 소통을 해야 한다. 성과 있는 대화를 위해서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시 주석의 발언은 이례적으로 길었다. 통큰 '대국 외교'를 중시하는 그가 정상외교 무대에서 특정 정상과 이런 식의 대화를 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그는 얇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짜증을 억누르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 답답하다는 듯 트뤼도 총리를 향해 두 손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그는 할 말을 다 했다는 듯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러나 트뤼도 총리도 지지 않았다. 그는 시 주석을 향해 곧장 반박을 시작했다.

▶트뤼도 총리: "캐나다는 자유롭고 공개적이며 솔직한 대화를 지지한다. 중국과 건설적으로 각종 현안을 논의할 것이지만, 두 나라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시 주석의 표정은 다소 굳었다. 그리고 이내 다시 응수했다.

▶시 주석: "그런 (대화를 할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먼저다."

트뤼도 총리는 더이상 반박하지 않았고, 두 정상은 짧게 악수를 한 뒤 등을 돌렸다. 시 주석이 먼저 악수를 청했다. 시 주석은 카메라 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웃는 표정을 지었고, 트뤼도 총리는 끝까지 표정을 풀지 않았다.

두 정상은 15일 발리에서 예정에 없었던 비공식 약식 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 당국의 캐나다 선거 개입 의혹이 논의됐고, 시 주석은 관련 대화가 캐나다 언론에 보도된 것을 문제삼은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언론은 총리실을 인용해 “트뤼도 총리가 중국의 공격적인 '간섭 활동'에 대해 시 주석에게 심각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2019년 캐나다 총선 때 정치인 11명에게 중국이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최근 양국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캐나다는 중국을 비판하고, 중국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시 주석은 "거만한 독재자로 명성이 나 있지만 그의 이미지는 신중하게 관리됐다"(미국 뉴욕타임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그가 금기를 깨며 공개 설전을 벌인 것은 캐나다의 공세가 그 만큼 신경 쓰였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서방에 협공을 당하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뤼도 총리의 선친인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는 1973년 중국과 수교를 맺은 당사자이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집권 이후 중국에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2018년 이후 양국 관계가 냉랭해졌다.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캐나다 정부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하면서 관계가 얼어붙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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