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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53년 만에 첫 여성 사장…여성 영향력 커지는 기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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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53년 만에 첫 여성 사장…여성 영향력 커지는 기폭제

입력
2022.12.05 16:19
수정
2022.12.05 21:4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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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53년 만에 첫 여성 사장 탄생
이영희 사장, 갤럭시 마케팅 성과 인정
재계 전반에 여성 경영인 역할 확대 전망

삼성전자 역사상 첫 번째 여성 사장으로 5일 임명된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센터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역사상 첫 번째 여성 사장으로 5일 임명된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센터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53년 역사상 첫 번째 여성 사장이 나왔다.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가전 등을 담당하는 DX(Device Solution·디바이스 경험) 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 사장으로 임명된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센터장이 주인공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취임 후 첫 번째 사장단 인사에서 여성 인재 중용 메시지를 던졌다. 현재 삼성 계열사 전체를 따져봐도 사장급 이상 최고경영자(CEO) 중 여성은 이 회장의 친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다. 이번 인사가 삼성 내부와 재계 전반에서 여성 영향력 확대의 기폭제가 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영희, 삼성전자 첫 여성 사장 타이틀



이영희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전자의 대표 제품인 갤럭시 시리즈 마케팅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영희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전자의 대표 제품인 갤럭시 시리즈 마케팅 성과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사장은 삼성전자 안팎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손꼽힌다.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 화장품 회사 로레알 등 생활·뷰티업계를 거친 뒤 2007년 전자업계로 방향을 틀어 삼성전자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입사했다. 2012년 부사장에 올랐고, 10년 만에 삼성전자 첫 여성 사장 타이틀을 얻었다.

특히 삼성전자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마케팅 성과를 인정받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사장은 갤럭시 마케팅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이바지했다"며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또 "사장 승진 후 고객 중심의 마케팅 혁신 등의 역량 발휘와 함께 삼성전자 최초의 여성 사장으로서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보였다.

이 사장은 1964년 생으로 올해 만 58세다. 최근 삼성전자 전반의 임원 나이가 젊어지고 있고, 그룹 일부에선 60세가 되면 퇴직을 한다는 '60세 룰'까지 언급되는 만큼 이 사장의 승진 인사도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는 시선이 많다. 그는 앞서 2020년에도 첫 여성 사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지만 실현되진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재용 체제' 이후 첫 여성 사장이 되면서 나름의 상징성을 갖게 됐다. 앞으로 이 사장의 성과에 따라 그룹 내 여성 역할이 크게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재계에서도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이 높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6월 발표된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 여성 임원은 여전히 10%를 밑돌고 있다.

다만 이 사장은 여성이라는 정체성보다는 직업적 프로 의식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 사장은 2018년 부사장 신분으로 메종코리아와 나눈 대화에서 "삼성전자도, 그전에 일했던 다국적기업에서도 힘든 점은 있지만 그건 내가 성취하기 위해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면서 "여자이기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또 "여자이기 이전에 마케팅을 이끄는 CMO(마케팅 총괄)이고 프로답게 짊어져야 할 부담이기도 했다"며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여자라서가 아니라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란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했다"고 밝혔다.




LG·LS도 여성 CEO…여성 경영인 역할 커질까



삼성전자가 53년 역사상 첫 여성 사장을 배출하면서 재계 전반에 미칠 영향력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LG그룹 등 주요 기업들도 여성 CEO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재계 전반에 여성 경영인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사진은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제공

삼성전자가 53년 역사상 첫 여성 사장을 배출하면서 재계 전반에 미칠 영향력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LG그룹 등 주요 기업들도 여성 CEO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재계 전반에 여성 경영인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사진은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제공



재계 서열 1위 삼성에서 오너 일가 출신이 아닌 여성 사장이 나오면서 재계에 미칠 영향력도 커질 전망이다. 법적으로도 8월부터는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상장기업은 이사회에 반드시 여성 이사 1명을 포함시켜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럽연합(EU)이 유럽 시장 상장기업 이사회의 40%를 여성으로 채우는 법안을 논의하는 등 '유리천장 부수기'가 활발하다.

이에 앞서 LG그룹과 LS 등 주요 기업들이 여성에게 CEO를 맡겼다. LG그룹은 11월 5대 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롯데) 중 처음으로 오너 일가에 속하지 않은 여성 대표이사 2명을 발탁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사장과 박애리 지투알 부사장으로, 이들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 대표이사가 된다. LG 관계자는 "성별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인재를 중용해 실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여성 임원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면서 "(여성 임원은)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LS그룹도 최근 최숙아 전 플러그파워 부사장을 LS EV코리아 대표로 임명했다. 그는 삼성증권과 포스코를 거친 재무 전문가로, LS그룹 최초의 여성 CEO다. CJ올리브영 신임 대표는 올해 45세인 이선정 영업본부장이 내부 승진했는데, CJ그룹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 여성 대표다. 이외에도 최수연 네이버 대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등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여성 경영인 역할이 커졌다. CEO는 아니지만 롯데그룹은 이사회 여성 비율 16% 규모로 꾸준히 상승 중이며 SK그룹 여성 임원도 2020년 27명에서 올해 50명 규모로 증가했다.

한편 3월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 집계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10년 연속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꼴찌를 기록했는데,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기업에서 시작한 여풍이 어디까지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송주용 기자
박관규 기자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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