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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다 무서운 건… 오싹한 전쟁 괴담 너머로

입력
2023.07.10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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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강태진 '사변괴담'

편집자주

세계를 흔든 K콘텐츠의 중심에 선 웹툰. 좋은 작품이 많다는데 무엇부터 클릭할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웹툰' 봄을 통해 흥미로운 작품들을 한국일보 독자들과 공유하겠습니다.

웹툰 '사변괴담'은 한국전쟁 시기 극심한 이념 갈등과 그로 인한 부조리에서 비롯한 공포를 다룬 스릴러물이다. 네이버웹툰 캡처

여름 대표 장르인 '공포물'. 독자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잔인한 범죄가 공포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귀신, 좀비, 괴물 같은 존재 자체가 두려움을 자아낼 때도 있다. 혹은 병원이나 학교 등 공간적 배경이 서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서사도 꾸준히 인기를 얻는다.

공포·스릴러 웹툰 '사변괴담'은 그중에서도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공포의 원천으로 삼은, 일종의 전쟁 괴담집이다. 혼란한 시대 속 불안과 불신 등을 공포로 전환시킨 점이 탁월하다. 근현대사의 부조리를 적절히 녹여낸 '조국과 민족'과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의 강태진 작가가 올해 1월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작가가 그간 쌓아 온 스릴러 스토리텔러로서의 역량을 엿볼 수 있다. 옴니버스 형식이나, 그 바탕에는 송장을 '생시'(좀비처럼 움직이는 귀신)로 살려내는 수수께끼의 인물인 '대훙관'으로 연결되는 미스터리 서사가 깔려 있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①

전신 화상을 입고 죽은 한 반공단원의 혼이 되살아나서도 '빨갱이'를 사살하겠다고 나선다. 참혹하다 못해 기이한 이념전쟁의 현실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네이버웹툰 캡처

'사변괴담'은 극심한 이념 갈등의 산물인 한국전쟁에서 비롯한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아주 작은 시골 마을 주민까지도 좌우로 나뉘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던 시절. 복수가 또 다른 복수를 부르며 늘어나는 죽음 속에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느꼈던 불안과 불신이 작품 전반에 흐른다.

첫 화인 '숙모' 편은 한 마을에서 벌어진 참혹하다 못해 기이한 현실을 그린 공포물이다. '영남'은 부모님, 여동생 '영순'과 남쪽으로 피란을 떠난다. 갈 곳이 없던 영남의 아버지는 "빨갱이짓"을 해서 연을 끊었던 동생(이갑석)네로 가족을 데리고 간다. 도착해 보니 전신 화상을 입은 갑석은 붕대를 칭칭 감은 산송장이 됐고, 갑석의 새 아내라고 주장하는 생면부지의 여자가 영남이네를 맞는다. 그날 밤, 붕대를 감은 사내와 그 여인이 반공 세력 일원이자 갑석 일가를 죽인 '오동팔' 내외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죽고 죽이는 비극이 또다시 시작된다. 제정신이 아닌 인물이 다짜고짜 "찬탁이야, 반탁이야"를 묻는 장면은 조금 다른 이유로 숨 막히는 공포감을 선사한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②

시어머니는 죽은 며느리가 생시가 돼 자신과 3대 독자인 자신의 아들을 위협하자, 아들의 첩을 제물로 바치기로 결심한다. 네이버웹툰 캡처

웹툰에는 인간의 뒤틀린 욕망과 모순의 무서움도 담겨 있다. 두 번째 화인 '첩' 편은 아들을 향한 그릇된 모성애가 빚어낸 공포를 그린다. 3대 독자 '백석봉'의 어머니는 대를 못 잇는 며느리를 평생 구박한다. 아들의 첩 '홍춘'이 임신했다는 소식에 며느리를 향한 구박은 더 심해진다. 그러다 결국 '공비'에게 쫓기는 아들을 구하려 며느리를 죽음으로 내몰고, 억울함에 '생시'가 돼 돌아온 죽은 며느리를 내쫓으려 이번에는 첩인 홍춘을 제물로 삼는 굿을 준비한다. 이념 갈등과 가부장적 사회 문제가 뒤엉킨 서사는, 타인을 지옥으로 내모는 사람의 무서움을 신랄하게 드러낸다.

스크롤이 멈춘 그 컷 ③

귀신은 없다고 말하는 남자 뒤로 소복 입은 귀신이 지나가는 장면 등은 오싹하면서도 코믹한 느낌이 든다. 네이버웹툰 캡처

공포 영화를 보는 듯한 컷 구성과 펜의 거친 질감이 그대로 묻어나는 작화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적절한 클로즈업 컷이나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추리적 서사 진행 방식 등도 몰입감을 높인다. 위트 있는 장면들도 종종 나와 긴장을 풀고 쉬어갈 수 있는 틈을 준다. 귀신과 싸웠다는 영남이 남매에게 '귀신은 없다'고 말하는 남성 뒤로 소복 입은 귀신이 지나가는 장면을 보여주는 3장의 컷은 오싹하면서도 코믹하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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