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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부끄러운 여자의 성(性)?

입력
2023.07.27 16: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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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여성의 성 말하는 이미주의 발언 모자이크
"여성, '이런 이야기 자제해야' 메시지 줘" 지적 나와
'여성 주체의 성' 들을 준비됐는지 돌아봐야

편집자주

책, 소설, 영화, 드라마, 가요, 연극, 미술 등 문화 속에서 드러나는 젠더 이슈를 문화부 기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봅니다.


"남성은 성관계를 할 때, 여성의 기분이 좋은지 모르나요?" 티빙 오리지널 '마녀사냥 2023'에 새로 합류한 방송인 이미주가 남성 패널들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당황하는 신동엽 등 남성 패널들에게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다"라던 이미주는 "여성들은 기분이 좋으면…"이라며 열심히 설명한다. 그런데 목소리는 '삐' 처리되고 이미주의 입마저 'CENSORED'(검열) 표시와 함께 모자이크 처리된다. 어쩔 줄 몰라하는 남성 패널들의 표정이 한 차례 지나간 뒤, 다른 대화 주제로 넘어간다.

티빙 오리지널 '마녀사냥'에서 방송인 이미주의 발언이 모자이크 된 장면. 이 장면만 편집돼 유튜브에 올라왔는데, 댓글에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성에 대해 이야기하라고 만든 프로그램이 아닌가?" 하는 질문부터 "'삐' 처리를 해서 오히려 금기시되는 질문을 해 버린 여성이 되어 버렸다"는 등의 반응이다. 유튜브 캡처

이 장면을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애초에 '19금'을 붙이고 "성에 대해 말하자"고 판을 깐 프로그램에서 왜 여성의 성을 음담패설처럼 여기냐는 의문이었다. 유튜브엔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이런 거 이야기하라고 만든 프로그램 아닌가? (남성 패널들이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입 닫고 있으니 답답하다", "'삐' 처리를 해서 오히려 금기시되는 질문을 해 버린 여성이 되어 버렸다."


여성의 입으로 말하는 성(性), 아직도 '금기'?

미디어에서 여성의 성을 여성의 관점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실제로 '마녀사냥'이 2013년 JTBC에서 처음 방송될 당시 패널은 전부 남성이었다. 음지에서만 다뤄졌던 성을 예능의 소재로 삼았단 점은 호평받았지만 남성 중심의 성 규범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성교육 전문가인 자주스쿨 김민영 대표는 "과거 여성은 마치 성욕이 남성에 비해 적고, 성적 쾌감을 느끼면 안 되는 존재처럼 왜곡돼 인식됐다"면서 "성관계 때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처럼, 생리학적으로 자연스러운 메커니즘조차 여성은 감춰야 하고 혹여 말하더라도 성적 대상화로만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마녀사냥'은 2013년 JTBC에서 첫 방송됐다. 이후 2022년부터는 티빙을 통해 리뉴얼돼 시즌제로 방송됐다. JTBC·티빙(TVING) 제공


미디어, 여성의 이야기 받아들일 준비됐나 '책임감 필요'

'마녀사냥' 리뉴얼과 함께 이미주나 작사가 김이나 등 여성 패널을 통해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동시에 미디어가 얼마나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는 의문이다. 이미주의 발언 역시 짧은 모자이크에 불과해 보이지만, 여성의 몸과 성 지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여전히 부끄럽게 받아들여지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정기적으로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을 하는 서울 YWCA의 조혜원 활동가는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해 잘 모르고 감추기만 했던 사회에서 이를 여성의 입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음에도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은 '여성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짚었다.

티빙 오리지널 '마녀사냥' 스틸컷. 티빙 제공

최근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일부 에피소드에서 출연진들이 성 관련 고민을 나누거나 MBN·K-STAR '쉬는 부부'처럼 부부 관계를 아예 전면으로 내세운 프로그램들도 생기는 추세다. 성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건 긍정적이지만, 이제는 보다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민영 대표는 "성을 허심탄회하게 다루는 시도는 좋지만 제대로 된 지식을 언급하지도 않은 채, 패널들이 성적 농담 정도로 치부하며 성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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