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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풀어 집값 붕괴는 막았지만

입력
2023.10.30 18:00
수정
2023.10.30 18:11
26면
0 0
장인철
장인철수석논설위원

부동산 연착륙 겨냥해 다급한 부양책
집값 불안정ㆍ가계부채 등 부작용 속출
원 장관 임기 내 뒤엉킨 정책 정비해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5월 16일 온라인으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원 장관은 "집값 하향안정세"를 목표로 제시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가 올 연초 대비 평균 4.89%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부동산 마케팅업체 리얼투데이가 시기별 KB부동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을 비교해 지난 주 발표한 이 통계수치를 보는 마음은 매우 착잡하다.

매매가격 단순 비교치인 만큼 큰 오류는 없다고 보면, 어쨌든 전국 아파트 가격은 올해 3분기 동안 하향한 셈이 됐다. 그것도 5% 이내의 완만한 수준인 만큼, 안정적 하향세라고 할 만하다. 취임 전부터 부동산정책 목표를 “집값 하향 안정”이라고 다짐했던 원희룡 장관의 공언에 부합하는 상황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 수치 이면을 보면 집값 ‘하향 안정’과는 적잖이 다른 게 엄연한 현실이다. 우선 자료상으로도 같은 기간 서울 송파구 아파트는 되레 1.16% 올랐고, 강남(-0.54%) 양천(-1.09%) 강동(-1.30%) 등 서울ㆍ수도권의 다수 인기지역 아파트값은 하락폭이 사실상 미미하다. 더욱이 최근 해당 지역 아파트값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반면, 도봉(-8.16%) 노원(-7.70%) 등 서울 강북지역이나 대다수 지방 아파트값은 전국 평균보다 훨씬 크게 하락했다. 요컨대 ‘하향 안정’이라기보단 가격 불안정 속에 ‘집값 양극화’만 커진 게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고작 이 정도의 시장 상황을 유도하는 데 그친 정도 치고는, 그동안 원 장관의 국토부를 비롯한 정부의 ‘정책패키지’가 너무 과했던 것 아니냐는 점이다. 사실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 부동산시장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정책실패로 집값이 폭등한 후 거래가 거의 끊길 정도로 시장이 붕괴한 상태였다. 윤 정부는 폐허가 된 시장을 ‘정상화’하는 방안으로 규제를 완화해 시장을 살리되,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집값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추구했다.

논리적으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도 공급이 충분히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된다면 집값은 안정될 수 있을 것이었다. 실제로 국토부는 원 장관 취임 3개월 후인 지난해 8월 5년간 재건축ㆍ재개발 규제완화를 통해 수도권에 158만 호, 전국에 270만 호의 주택을 신규 공급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국회에서 관련법 처리가 표류하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인상 등에 따른 집값 급락세가 나타나면서 정책기조는 ‘부동산 연착륙’쪽으로 선회됐다.

집값 급락세에 놀란 정부는 공급책은 접어둔 채, 폭락을 막기 위한 사실상 부동산 부양책을 서둘러 내놨다.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를 포함한 거래활성화, 다주택자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완화 등 잇단 조치 외에, 주택대출 규제까지 대폭 완화하는 방식으로 돈줄을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돌려놨다.

그 결과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위태로운 집값 하락세는 하반기부터 반전해 집값이 다시 들썩이는 최근 상황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리고 규제를 완화하고 은행 대출을 늘리며 집값 폭락을 막은 결과 수요가 인기지역에 다시 몰리며 집값 양극화가 심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물론,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정부의 다급한 ‘연착륙 조치’가 없었다면 부동산시장은 광범위한 폭락 국면을 맞을 수도 있었고, 그 경우 경제 전반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운 위기상황에 빠졌을 것이라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감안해도, 그동안 부동산 부양책이 실수요 지역 집값 자극 및 집값 양극화 심화, 공급 불확실성 증폭, 가계부채 급증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키운 걸 부인하긴 어렵다.

총선에 나가든 않든, 원 장관은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적어도 장관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는 뒤엉킨 부동산정책을 재정비해 국민 앞에 제시할 책임이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집값 하향 안정세와 충분한 공급을 보장할 방안이 돼야 할 것이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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