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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부터 깎고 사후 전략 수정... 순서 뒤바뀐 연구개발 혁신

입력
2023.11.27 18:30
수정
2023.11.27 20:5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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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혁신·글로벌 R&D 추진 방안 발표
내년 예산안 16.6% 삭감 뒤 나온 대책
연구 현장에선 "실효성 있을지 의문
톱다운 구조로 또 다른 카르텔 낳을라"

편집자주

2024년도 R&D 예산 삭감으로 공론화된 'R&D 비효율화의 효율화'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합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R&D 혁신방안 및 글로벌 R&D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R&D 혁신방안 및 글로벌 R&D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한 연구 현장의 반발이 커지자, 정부가 뒤늦게 R&D 제도 혁신 방안과 글로벌 R&D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예비타당성조사 적극 면제, 과제당 연구비 상향 조정 등 연구자들을 달래기 위한 당근책들이 담겼지만, 구체성이 부족한 미시적 대책들이 많아 연구 현장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윤석열 정부 R&D 혁신방안'과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R&D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같은 날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3차 전원회의에 상정돼 심의·확정됐다. 이번 혁신 방안은 정부가 8월 R&D를 효율화하겠다며 올해 대비 16.6% 삭감된 내년 국가 R&D 예산안(25조9,000억 원)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 도화선이 돼 나온 대책이다. 이공계 대학생들을 비롯해 과학기술계 전체가 예산 삭감에 반발하고 나서자, 부랴부랴 개선안을 내놓은 것이다.

중간 규모 연구과제 늘리고, 해외연구경험 프로그램 신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7일 발표한 R&D 혁신방안 주요 내용.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7일 발표한 R&D 혁신방안 주요 내용.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우선 정부는 연구 현장의 비효율적인 행정 절차를 유연화하기로 했다. 시급성을 요하는 R&D 사업에 대해선 예비타당성조사 패스트트랙 제도를 활용하거나, 예타 면제를 적극 인정하기로 했다. 상반기에 일괄적으로 연구과제를 공고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연중 상시적으로 과제에 착수할 수 있도록 예산 편성 지침도 개정한다. 연구과제 신청자가 동일기관의 연구자로부터 평가받을 수 없도록 한 '상피제'를 폐지, 평가위원의 전문성도 확보하기로 했다.

또 연구과제가 지나치게 소형화·파편화했다는 현장 지적에 따라, 과제당 연구비가 1억~3억 원인 중간 규모 과제의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12대 국가전략기술 R&D에 대한 투자는 연간 5조 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고위험·고수익형 R&D도 추진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대형 원천기술 개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국가임무전진기지인 '국가기술연구센터'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내년 예산이 올해 대비 3배가량 늘어난 글로벌 R&D는 개별 연구자 중심의 소규모 협력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전략성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체 R&D 예산의 1.9%인 글로벌 R&D 예산을 6, 7% 수준으로 늘리고, 향후 3년간 5조4,000억 원 이상을 투입한다. 특히 한·미·일 3개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바이오·양자·자율주행·수소 등 11개 분야별로 선진국과 협력하는 '플래그십(주력) 프로젝트'를 발굴한다. 연구자들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연수지원사업을 '한국형 마리퀴리 프로그램'으로 체계화하기로 했다. 유럽 연구자들이 생애주기별로 유럽 역내 및 해외에서 연구 경험을 쌓도록 지원하는 유럽연합(EU)의 마리퀴리 프로그램을 본뜬 제도다.

중점 분야 아닌 기초연구는? PBS 개선 구체 방안은?

정부가 다양한 대책을 내놨지만 과학기술계는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R&D 제도를 효율화하더라도 이미 예산이 삭감된 상황에서는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확 국가과학기술바로세우기과학기술계연대회의 공동대표는 "R&D 예산을 중점적으로 투자할 분야를 제시했는데, 전체 R&D 예산은 삭감된 상황이라 중점 분야가 아닌 분야의 예산은 더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당장 내년에 시행되기에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서울의 한 대학 이공계 교수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정부가 이런 선언을 하더라도 결국 말단 조직인 각 부처 R&D 전담기관에서 실행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R&D 예산 삭감이 '연구비 나눠 먹기, 과학기술계 카르텔 타파'를 명분으로 했음에도, 톱다운(Top-Down·하향식) 방식의 글로벌 R&D 운영이나 연구 평가 상피제 폐지는 정부가 지적한 카르텔 문화를 되레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브리핑에 나선 이종호 장관은 내년 R&D 사업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글로벌 R&D 협력 방안에 대해 "기관끼리 연구 업무협약(MOU)을 맺거나 연구의향서가 준비돼 있다. 일부 과제는 연말까지 (연구 착수에)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고, 다른 과제들은 공모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개선안이 제시되지 않은 출연연 연구과제중심제도(PBS) 개선안에 대해선 "굉장히 해묵은 과제고 (개선이)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면서 "국가가 임무를 주고 이를 달성하는 국가기술연구센터를 지정하고, 센터 내부에서 연구하면 인건비를 보장해주면서 제대로 연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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