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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시집 다 많은 한국이라 가능했다...반세기 만에 500번 돌파, '창비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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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시집 다 많은 한국이라 가능했다...반세기 만에 500번 돌파, '창비시선'

입력
2024.03.28 12: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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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시작된 창비시선 500번 출간
세계적으로 드문 시의 대중화 이끌어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창비시선 500권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송종원(맨 오른쪽)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위원 겸 문학평론가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희연 시인, 백지연 창작과비평 편집부주간 겸 문학평론가, 김사인 시인, 송 편집위원. 창비 제공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창비시선 500권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송종원(맨 오른쪽)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위원 겸 문학평론가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희연 시인, 백지연 창작과비평 편집부주간 겸 문학평론가, 김사인 시인, 송 편집위원. 창비 제공

“1970년대 이후 한국 현대 시의 큰 흐름을 체계화한 창비시선이 100권 발간을 맞았다.” (1991년 11월)

“창작과비평사가 펴내는 ‘창비시선’이 200권을 돌파했다.”(2000년 9월)

“창비시선이 34년 만에 300번 출간의 금자탑을 쌓는다.” (2009년 4월)

“창비시선이 400번을 맞아 기념시선집 ‘우리는 다시 만나고 있다’를 출간했다.” (2016년 7월)

차례대로 창비시선 100번과 200번, 300번, 400번 시집 출간 소식을 다룬 과거 한국일보 기사의 첫 문장이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 3월, 창비시선의 시집이 500번이라는 기록을 썼다. 첫 시집(신경림 시인의 ‘농무’·1975년) 이래 거의 반세기 만이다.

현존 최고령 시집 시리즈인 창비시선의 500번 시집 출간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문학사에서도 뚜렷한 족적이다. 1974년 민음사 오늘의 시인 총서에 이어 창비(1975)와 문학과지성(1978)이 속속 뛰어든 시집의 시리즈 출판은 ‘시의 시대’를 이끌었고, 대중화를 이뤄냈다. 오늘날 한국만큼 시집과 시인이 많은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시인과 독자가 모두 주인이 되는 책”

창비시선 500권째로 발간된 기념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왼쪽 사진)과 특별시선집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의 표지. 창비 제공

창비시선 500권째로 발간된 기념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왼쪽 사진)과 특별시선집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의 표지. 창비 제공

출판사 창비는 27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념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과 특별시선집 ‘한 사람의 노래가 온 거리에 노래를’이 창비시선 500권째로 발간된다고 밝혔다. 기념시선집은 안희연·황인찬 시인이 창비시선 401번부터 499번까지의 시집에서 시 한 편씩을 선정해 엮었다. 401번으로 나온 김용택 시인(1948~)과 499번의 한재범 시인(2000~)의 나이 차만 반세기를 넘는 등 말 그대로 “다양한 세대의 시선이 함께 호흡하는”(백지연 계간 창작과비평 부주간 겸 문학평론가) 시리즈다.

기념시선집만 냈던 이전과 달리 창비시선 시인 70여 명의 애송시를 모은 특별시선집도 펴냈다. 창착과비평 편집위원인 송종원 문학평론가는 특별시선집에 대해 “시인이자 시집의 독자인 이들의 추천을 받아 시인과 독자가 모두 주인이 되는 책을 만들어보고자 했다”고 취지를 전했다.

시의 위기? “좋은 작품은 언젠가 알아봐“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창비시선 500 출간 기념간담회에서 김사인 시인이 말하고 있다. 창비 제공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창비시선 500 출간 기념간담회에서 김사인 시인이 말하고 있다. 창비 제공

한국문학번역원장을 지낸 김사인 시인은 “이런 (시리즈) 형태의 시집 출판이 대중의 호응을 얻으며 500권까지 이어지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라고 창비시선의 의미를 짚었다. 미국, 일본 등 각국의 시인들이 “한국의 시집 시리즈와 출판 부수에 대해 황홀”해할 정도라는 것.

다만 시를 둘러싼 지금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한때 창비시선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최영미·1994)는 1년간 50만 부가 넘게 팔렸지만, 이제는 시집 한 권이 1만 부만 팔려도 “대단한 화제작”이다. 김 시인은 50년 전에는 “신선하고 획기적인 출판 형식이었던 시집의 시리즈 출판이 이제 일종의 피로감을 주고 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송 평론가는 “시의 독자층이 얇아진 이유는 시나 독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모습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작품은 언젠가 알아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념시선집의 문을 연 김용택 시인의 ‘산같이 온순하고/물같이 선하고/바람같이 쉬운 시를 쓰고 싶다’(‘오래 한 생각’)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시의 재림은 가능하리라는 기대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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