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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과 갈등' 김구림 작가 "작가의 자리 없어...한국 떠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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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과 갈등' 김구림 작가 "작가의 자리 없어...한국 떠나겠다"

입력
2024.03.28 17:54
수정
2024.03.28 19:58
23면
0 0

"작품 500점 기증과 작가 미술관 건립도 취소"

김구림 작가가 28일 서울 평창동 작업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진 인턴기자

김구림 작가가 28일 서울 평창동 작업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진 인턴기자

"이 나라에는 작가가 설 자리가 어느 곳에도 없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저는 곧 이 나라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인 김구림(88) 작가가 28일 서울 평창동 작업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국현)과 갈등을 빚고 있는 그는 올해 중 국내 작업 공간을 모두 정리한 뒤 미국 뉴욕으로 기반을 옮기겠다고 말했다.

갈등의 중심에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회고전 '김구림'의 도록이 있다. 국현이 제작한 도록에 실린 도판 상태가 원작을 훼손하는 수준이라는 게 김 작가의 주장이다. 그는 전시 도록에 실린 논고의 필진으로 현대미술과 김 작가의 작품세계를 잘 모르는 인사를 국현이 섭외해 김 작가가 직접 필진을 구해야 했다고도 주장했다. 전시 출품작에 비해 도록에 실린 작품 수가 적은 것도 문제 삼았다.

김 작가는 "(도판 배경으로) 검은 바탕을 써서 실제 작품과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 놓았다"며 "100점 이상의 수록 작품이 이런 식으로 인쇄돼 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도록 제작 과정에서 국현 측으로부터 교정지를 받아보았지만, 흑백 인쇄물이어서 색 수정 의견을 낼 수 없었다고도 했다.

국현은 김 작가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국현 관계자는 "도록 제작 과정에서 내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인쇄 전에 컬러 교정지가 세 차례 오가며 김 작가가 직접 수정했고 최종 인쇄본 역시 작가측에 공유됐다"며 "수록 작품과 편집, 필진 선정 등 도록에 관한 모든 부분은 사전에 조율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김 작가는 미국으로 떠나기 전 평창동 작업실을 미술관으로 건립하는 계획도 백지화할 방침이다. 그는 서울 종로구청 등과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며 작품 500여 점을 미술관 소장품으로 기증하겠다는 계획도 모두 취소할 것이라 덧붙였다.

2017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김 작가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전위적 작품 활동으로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을 개척한 선구자로 꼽힌다. 1985년 미국으로 떠나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2인전을 여는 등 해외에서 명성을 쌓았다.


이혜미 기자
서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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