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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면 까" 문화는 옛말... '작업중지' 30만 번 발동한 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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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라면 까" 문화는 옛말... '작업중지' 30만 번 발동한 삼성물산

입력
2024.04.15 17: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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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 건설 현장 가 보니
"작업중지권 일상처럼 자리 잡아"
1년 3개월간 7500번 발동

건축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중지권 현수막을 확인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건축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중지권 현수막을 확인하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작업중지권은 여러분의 소중한 권리입니다. 아무리 사소한 위험이라 여겨져도 적극 신고해 주세요." (서덕규 삼성물산 현장 소장)

11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짓는 경기 용인의 한 반도체 건설 현장에선 특별한 포상식이 열렸다. 지난 1분기(1~3월) 작업중지권을 가장 잘 활용한 직원과 협력업체를 뽑는 자리였다. 현장 곳곳엔 작업중지권 안내문이 설치돼 있었다. 포상 규모만 다를 뿐, 작업중지권 우수 직원은 매주, 매월마다 한 차례씩 뽑는다고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한 작업중지권은 급박한 위험이 있거나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시킬 수 있는 권리다. 삼성물산은 2021년 3월 제도를 도입해 올해로 만 3년을 맞았다.

신고 방법은 간단하다. 삼성물산이 배포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카카오톡 전용 채널에 메시지를 남기면 끝이다. 방법은 간단하지만 중요한 건 기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다. 지난해 1월 공사를 시작한 이 현장엔 현재 4,200여 명의 기술인이 일하고 있다. 1년 3개월여 동안 작업중지권은 7,500여 번 발동됐다.

현장에서 만난 기술인들은 작업중지권이 일상처럼 자리 잡았다고 입을 모았다. 전기 작업을 준비 중인데 전날 비가 와 바닥에 물이 고였다거나, 미세먼지가 짙어 외부 시야를 방해하는 등 조금만 위험 신호가 감지돼도 기술인들은 작업중지권 앱을 켠다고 한다.

협력업체 한양이엔지 한철호 소장은 "발주처가 워낙 작업중지권 사용을 독려하다 보니 작업이 중단되는 데 대한 부담은 없다"며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규남 복락이엔씨 기술인 대표는 "예전엔 조금 위험해도 팀장이 그냥 하라고 하면 무조건 해야 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기술인 개개인의 판단을 존중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했다.

기술인이 작업중지권을 신청하면 이를 전달받은 현장 상황실은 일단 무조건 작업을 중지시킨다. 이후 상황실 주도로 신청 내용을 검토하고 적절한 조치가 끝나면 작업이 재개된다. 조치 작업이 빠르게 이뤄지는 만큼 보통 작업이 중단되는 시간은 15분 남짓이라고 한다.

작업중지가 남발되면 공기가 빠듯한 건설 현장의 업무 효율을 떨어뜨려 공사비 상승과 같은 부작용은 없는 걸까. 서덕규 소장은 "현장을 잘 정돈해 안전을 우선 확보하는 게 업무 효율을 더 높인다"며 "기술인들이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게 관건이지 작업중지에 따른 비효율은 단연코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역시 이 제도가 현장 안전을 높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작업중지권 활성화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기적으로 우수 근로자에게 포상하는 건 물론 작업중지로 공기가 늦어진 경우엔 협력사에 지연 비용을 적극 보상해 주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21년 3월 제도 도입 이후 삼성물산이 진행 중인 국내외 113개 현장에서 총 30만1,355건의 작업중지권이 발동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70건, 5분마다 한 번씩 근로자의 작업중지 신청이 들어온 셈이다.

삼성물산은 이 제도를 더 고도화할 방침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현장 위험 발굴 앱(S-TBM)을 전 현장으로 확대하는 등 제도 활성화 방안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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