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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도 꿈을 꾼다고? 생각하는 동물의 세계

입력
2024.05.10 15: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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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M. 페냐구즈만, '우리가 동물의 꿈을 볼 수 있다면'

문어 '하이디'가 수조에서 색을 바꾸고 있다. 미국 PBS 유튜브 채널 캡처

문어 '하이디'가 수조에서 색을 바꾸고 있다. 미국 PBS 유튜브 채널 캡처

2019년 미국의 공영방송 PBS의 프로그램 '네이처'는 한 시간짜리 동물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주인공은 생물학자인 데이비드 실과 함께 사는 암컷 문어 '하이디'. 다큐가 끝날 무렵 잠을 자는 듯 한 곳에 붙어 움직이지 않던 하이디의 피부가 갑자기 밝아지면서 흰색, 노란색, 검은색으로 바뀐다. 놀랍게도 다양한 무늬가 연달아 나타나고 몸을 수축한다. 실은 하이디의 모습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다. "정말 흥미진진하군요. 하이디가 꿈을 꾼다면, 저게 바로 꿈이에요."

하이디가 보여준 모습은 꿈이었을까. 정말 '문어의 꿈'이 있다면 그 꿈이 문어라는 동물이 어떤 존재이고,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관해 말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의 과학철학자인 데이비드 M. 페냐구즈만의 "우리가 동물의 꿈을 볼 수 있다면"은 그런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자는 다윈의 "종의 기원" 이후 오랜 기간 학자들이 쌓아온 연구를 증거로 제시하며 '동물도 인간처럼 꿈을 꾸는 존재'라고 역설한다. 수화를 배운 침팬지가 잠을 자면서 손동작을 통해 '이야기하는' 모습이나 고양이가 얕은 잠을 자는 렘(REM)수면 중 앞발을 휘두르거나 귀를 뒤로 젖히는 사례를 통해 상당수 동물이 꿈을 꾼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꿈은 의식으로 가는 관문이며, 꿈을 꾸는 모든 주체는 의식을 지닌다. 동물이 꿈을 꾼다는 건 '의식이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 꿈을 꿀 수 있을 만큼의 체화된 인지 능력이 있다는 얘기다. 저자가 강조하는 바, 동물이 나름의 관심과 동기에 따라 세상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는 사실은 그들의 지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문제다. 의식의 표현인 꿈은 도덕적 존재로서의 잠재력을 품고 있으며, 그 자체로 우리가 그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동물에게 '인간의 자취가 전혀 없는, 동물 중심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 세상을 마냥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누구라도 윤리적 질문을 피할 재간이 없다. "동물은 나름의 경험을 쓰는 작가이고, 나름의 현실을 만드는 건축가"라는 저자의 말을 되새길수록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월감으로 동물 세계에 범했던 잔혹함의 우가 뼈아프다. 그것이 바로 '동물의 기억, 상상력, 의식에 대한 인문학적 시선'이라는 긴 부제가 붙은 이 책이 겨냥하는 지점일 테다.

우리가 동물의 꿈을 볼 수 있다면·데이비드 M. 페냐구즈만 지음·위즈덤하우스 발행·296쪽·1만9,800원

우리가 동물의 꿈을 볼 수 있다면·데이비드 M. 페냐구즈만 지음·위즈덤하우스 발행·296쪽·1만9,800원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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