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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자를 다른 이유로 해고한 일광학원… 법원 "인사 보복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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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제보자를 다른 이유로 해고한 일광학원… 법원 "인사 보복 의심"

입력
2024.05.10 16:18
수정
2024.05.10 18: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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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 제보 2년 뒤 파면 통보
"인정되는 사유에 비해 해고 과해"

시민단체 참여연대 등이 1월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일광학원에 대한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내고 있다. 참여연대 홈페이지 캡처

시민단체 참여연대 등이 1월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일광학원에 대한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내고 있다. 참여연대 홈페이지 캡처

'무기 로비스트 1세대'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소유한 사학재단의 비리를 신고했다가 해고된 교직원이 법원 판결로 복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재단 측이 내세운 징계 사유가 공익 제보와 직접적 관련이 없기는 해도, 제보에 대한 보복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송각엽)는 학교법인 일광학원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2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징계는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광학원이 운영하는 서울 우촌초등학교 행정실 직원 A씨는 2021년 8월 파면 통지를 받았다. 그가 △이사회 회의록에 이사 서명을 조작하고 △교장 등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징계 처분을 무마하기 위해 이사회와 징계위원회 결과를 위조했으며 △교비 2,200여 만 원을 횡령했다는 이유였다.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2022년 1월 지노위는 "일부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해 양정이 과해 부당하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학교 측 재심 신청으로 열린 중노위에서도 같은 결론이 유지되자, 학교 측은 법원으로 사건을 끌고 갔다.

법원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의 대리 서명은 오히려 이 회장 탓이라고 봤다. 이 회장은 2010년 이사장 자리에서 내려온 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사회 업무를 측근들에게 맡겼는데, 그 과정에서 열리지도 않은 이사회 회의록을 작성하게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A씨가 학교 돈을 빼돌렸다는 주장도 근거가 빈약하다고 물리쳤다. 재판부는 "일광학원은 징계 이후 A씨를 형사고소할 땐 그보다 적은 횡령액을 적시했다가 취하하고 또 다른 금액이 적힌 고소장을 다시 제출하기도 했지만, 현재 A씨는 기소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원은 네 가지 사유 중 교육청의 특정감사와 관련한 두 가지(미개최 이사회 및 징계위 결과 위조)만 취업규칙 위배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런데도 A씨에게 가장 무거운 징계인 해고를 결정한 학교의 처분은, 과거 A씨가 이 회장의 학사 개입을 신고한 행위를 보복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재판부는 "학교는 2019년 공익제보자 A씨에게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가 교육청으로부터 시정조치 통보를 받고 취소했는데, 이후 일련의 분쟁 경위 등을 종합하면 이번 징계 역시 A씨의 공익 제보에 대한 인사 보복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무기중개상인 이 회장은 2018년 4월 차명계좌를 이용해 회삿돈 90억 원을 빼돌려 세금을 포탈하고 일광공영 자금 100억 원 및 우촌초 교비 약 7억 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징역 3년 10개월과 벌금 14억 원이 확정됐다. 이후 우촌초 스마트스쿨 사업과 관련한 비위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2021년 12월 일광학원 관계자 10명과 함께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비리를 폭로했다가 보복당한 교직원 중 상당수는 여전히 복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등은 올해 1월 일광학원 전현직 이사장을 부패방지법 위반(신분보장조치 불이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최다원 기자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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