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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만 보는 소, 이제 정부가 키워라"… 소떼 몰고 여의도 간 한우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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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만 보는 소, 이제 정부가 키워라"… 소떼 몰고 여의도 간 한우농가

입력
2024.07.03 16:27
수정
2024.07.03 16:4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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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가격 하락+생산비용 상승 이중고
농가 재정 지원하는 '한우법' 제정 요구

전국한우협회가 3일 오후 국회 앞에서 한우산업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한우 반납' 집회를 연 가운데 집회 참여 농민이 각 지역 협회 깃발을 흔들고 있다. 앞서 한우 농가 지원을 위한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최주연 기자

전국한우협회가 3일 오후 국회 앞에서 한우산업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한우 반납' 집회를 연 가운데 집회 참여 농민이 각 지역 협회 깃발을 흔들고 있다. 앞서 한우 농가 지원을 위한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을 위한 지원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최주연 기자


"소 한 마리에 200만 원 적자! 정부가 키워봐라!"

한우 도매가 하락과 생산비용 상승으로 경영난에 내몰린 한우농가들이 한우산업지원법(한우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 모였다. 한우농가가 소 떼를 끌고 온 집회는 2012년 이래 12년 만이다. 이들은 끌고 온 소를 국회에 반납하려다가, 이를 막는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전국한우협회(협회)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우법 제정을 촉구했다. 한우법은 △정부가 5년마다 한우산업 발전 종합 계획을 수립하고 △한우농가에 경영개선자금과 장려금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이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석 인원은 1만2,000여 명에 달했다. 협회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소고기 자급률 저하(현재 35%) 등으로 생산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면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한우사업 육성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 전국한우협회 소속 회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소를 실은 트럭을 끌고 왔다. 트럭은 경찰의 진입 통제로 국회의사당역 인근 한강공원에 주차됐다. 독자 제공

3일 전국한우협회 소속 회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소를 실은 트럭을 끌고 왔다. 트럭은 경찰의 진입 통제로 국회의사당역 인근 한강공원에 주차됐다. 독자 제공

한우산업은 최근 3년간 계속 적자 상태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한우 비육우의 마리당 순손실은 231만1,136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손실(142만6,000원)보다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경북 봉화군에서 35년간 소를 키웠다는 홍병구(65)씨는 "번식우 한 마리당 보통 40만 원 적자를 본다"면서 "농가는 자꾸 도산하고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협회는 △사료가격 즉시 인하 △한우암소 2만 마리 수매 대책 수립 △정책자금 상환 기간 연장 △긴급경영개선자금 투입 등도 요구했다. 민경천 한우협회장은 "농민이 죽든 말든 사료 가격과 도축비가 오르고 있다"면서 "후손에게 안정된 한우산업을 물려줄 수 있도록 정부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 적극 노력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서 민 회장 등을 비롯한 12명의 임원은 굳건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삭발까지 감행했다.

전국한우협회 회원들이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열린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 집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뉴스1

전국한우협회 회원들이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열린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 집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집회에는 단체의 요구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관련 단체 임원들도 다수 참석했다. 어기구(더불어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22대 국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한우산업을 지키기 위해 한우법을 농해수위 입법안으로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손세희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농가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는 오로지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팔팔 끓는 아스팔트에 축산인들이 모인 것은 굶어 죽기 바로 직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우법은 5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종 간 형평성 등을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했고, 대신 기존의 축산법 개정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축산법은 소·돼지·닭·오리 등 모든 가축과 축산물의 수급 조절, 가격 안정, 유통 개선을 위한 법이다.

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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