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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독점 풀 때가 됐다

입력
2024.06.24 16:00
수정
2024.06.25 13:31
26면
0 0
정영오
정영오논설위원

재생발전, 화력 추월- 中 작년, 韓 2035년
풍력 등 투자 활발해도, 독점 탓 망 부족
전력시장 분할해야 균형 발전도 속도 업

전남 나주시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전남 나주시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21세기, 중국의 7대 태양광 업체의 에너지 생산량은 20세기 세계를 지배했던 7대 메이저 석유사를 앞지를 것이다.” 미국 블룸버그의 최근 보도다.

석유와 태양광은 둘 다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에너지 단위인 줄(J)로 환산해 비교할 수 있다. 1EJ(엑사줄·엑사는 10×18)은 호주, 이탈리아, 대만이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이다. 현재 1위 석유사 엑손모빌은 연간 약 8.3EJ을 생산한다. 그런데 태양광 패널용 폴리실리콘 원료를 생산하는 중국 퉁웨이 GCL 신테와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룽지 진코 등이 결합해 생산하는 전력은 5위 석유사인 BP 생산량인 5.1EJ 정도다. 하지만 중국 태양광 발전량이 엑손모빌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화석연료의 매장량 한계와 비싼 채굴 비용 등을 고려하면 한번 설치해 25년간 저렴한 유지비로 전력을 생산하는 태양광 발전시설과 경쟁할 수 없다.

국가별 2022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에너데이터

국가별 2022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에너데이터

중국은 압도적 재생에너지 생산력을 바탕으로 탈탄소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50년 중국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88%’는 중국 정부 목표가 아니라 에너지 컨설팅 기관 DNV의 객관적 예측이다. 중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지난해 30%로 화력발전을 추월했고, 2035년에는 55%로 늘어난다. 반면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이 9% 남짓인 우리나라는 2030년 목표가 21.6%이고 2035년이 돼야 화력을 추월한다. 지난달 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공개하면서 정동욱 총괄위원장이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호소할 만큼 현재 ‘기후 악당 한국’의 상황은 절박하다.

한국은 날씨 등 여건상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어렵다고 알고 있지만, 관련 기업들의 판단은 다르다. 덴마크 오스테드는 8조 원을 투자해 2026년 상업 운영을 목표로 인천 앞바다에 해상풍력 발전 시설을 짓고 있는 등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의 태양광 풍력 기업들이 수조에서 수천억 원을 투자하고 있고, 관심을 보이는 기업도 줄을 잇는다. 그럼에도 한국 재생에너지 성장이 부진한 주원인은 전력망 부족이다. 한국에 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을 짓고 있는 외국 기업은 기꺼이 송전 시설도 투자할 의사가 있지만, 불가능하다. 송전망은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는 화력이나 원자력처럼 한곳에서 대량 생산해 도시나 산업시설로 원거리 송전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소량 발전한 전기를 다양한 소비처와 쌍방향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송배전 시설 즉 ‘스마트 그리드’가 필요하다. 한전도 일찍부터 스마트 그리드와 전력거래소 구축에 나섰지만, 별 성과가 없다. 기존 원전과 화석 발전에 의존해 온 한전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가 한전을 통해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해 온 탓에 한전 부채가 200조 원을 넘어섰다. 한전은 스마트 그리드 구축에 나설 여력도 없다.

해결책이 있다. 한전이 독점해 온 전기요금 결정권을 시장에 넘기는 것이다. 마침, 이를 위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도 시행됐다. 전력시장 분할이 급격한 전기료 인상을 불러올 것이 걱정된다면, 지역별 송배전 회사와 전력거래소를 공기업으로 운영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지역이 전기료를 차등화해 발전 용량이 풍부한 지역의 전기료가 획기적으로 낮아진다면, 전력을 많이 쓰는 반도체 공장 등이 수도권 인근을 고집할 이유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수도권 집중도 완화하고, 장거리 송전에 따른 여러 지역의 송전탑 건설 갈등도 줄어든다.

산업화 시기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해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해 온 한전이 이제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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